첫 출근 날 사라진 신입사원과 조직적응 과제 [박창욱의 줄탁동시 인재키우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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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날 사라진 신입사원과 조직적응 과제 [박창욱의 줄탁동시 인재키우기](4)
  • 뉴스앤잡
  • 승인 2025.06.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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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칼럼니스트는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상근부회장이다. 대우그룹 출신이 진행하는 해외취업 양성 기관인 GYBM(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의 실무 총책임자로, 해외(동남아)진출 인재를 매년 100명씩 키워내는 일의 실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평생 ‘사람’을 연구했다. 특히 ‘일을 통한 행복한 사람’에 대한 연구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을 공부했으나 ‘기업’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대우그룹의 종합상사인 ㈜대우에서 인사관리, 경영기획업무를 하며 ‘미생’을 ‘완생’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상근부회장<br>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상근부회장

중소기업에서 5년여를 전문경영인으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신입사원 잘 뽑고 정착시키는 일이었다. 대기업에서 인사업무 10년 넘는 경력도 무용지물일 정도로 중소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이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일반이었다. 요즘 같은 인터넷 광고나 홍보 수단이 흔치 않아서 지역 구청에 등록된 구인 데이터로 지원자를 찾곤 했다.

5개월 정도 지나서야 겨우 한 명을 확정했고, 곧바로 전임자와 인수인계를 진행하도록 했다. 이 전임자는 이미 5개월 전 사직 의사를 표명한 상태였다. 후임자 올 때까지 지켜달라고 하고 늦어질 때마다 양해를 구하며 겨우 버텨왔었다. 간단하게 인사하고 바로 인수인계 절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신입사원이 점심 식사하고 난 이후 돌아오지 않고 행방불명이 되었다. 수소문했지만 전화는 먹통이었다. 주변 이야기를 들으니 인수인계 과정에서 전임자가 본인의 고충이나 회사의 기본 시스템이나 경영 스타일 등에 대한 불만을 잔뜩 늘어 놓는 것 같더라는 말을 들었다.

그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임자도 5개월 전에 사직의사를 표명했지만 업무 처리 부실로 질책을 많이 받았던 터였다.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 있는 마당에 후임자인 신입사원에게 무슨 말을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에 사직 의사가 있을 때 퇴직 처리를 해주고 차제에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업무와 보직 조정을 했어야 했다. 필자 조차도 중간 관리자들의 말만 믿고 후임자 올 때까지 참아줄 줄 알고 어정쩡하게 대한 것이 화근이 되었던 것이다.

 

신입사원 간보기

요즘 기업 현장에서는 유사한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기존의 중견직원들이 새로 뽑아 배정받은 신입사원에게 업무 지도나 인수인계를 하며 여러가지 불만이나 설익은 생각들을 늘어놓는다. 때로는 본인이 숨겨 놓았던 퇴직 의사 조차도…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신입사원 ‘간보기’를 하는 경우다. 새로 뽑은 신입사원에게 몇 달 동안 공들여 가르치고 있는 데 다른 사유를 둘러대며 사직하면 큰 낭패감과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무조건 신입사원의 생존 및 잔류 가능성을 먼저 테스트하게 된다는 것이다. 난이도가 높은 업무를 주며 까다롭게 굴거나 괜한 시비를 걸거나 불필요한 허드렛 일을 주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경우도 있다.

자주 눈에 띄고 알게 되더라도 주의를 주는 수준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당사자로서 좌절감으로 인한 행동으로 이해도 된다. 결국은 신입사원의 조기 이탈의 악순환에 들어가게 되는 큰 문제다. 발달된 사회적 네트웍에도 글을 남기는 경우는 회사 이미지 실추로 채용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면 더욱 곤혹스러워진다.

 

경영자가 챙길 일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신입사원에 대한 업무 지도나 적응 훈련은 회사 경영진에서 관심을 가지고 챙겨야 할 일이다. 앞에서 언급한 고약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또다른 몇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는 선배 직원이 회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다. 둘째는 선배 직원이 회사 업무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개인적 불만을 풀어놓는 경우다. 여느 조직에서나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당사자의 본인의 무능함을 얼버무리며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신입사원에게는 취업의 기쁨과 함께 조직 적응의 만만치 않은 과제가 주어지며, 이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필수적이다.

이럴 가능성을 대비해 몇 가지를 제도화하여 진행하면 좋을 것이다.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다른 팀의 업무와 소속 팀의 업무로 나누어 각 담당자부터 업무 브리핑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회사의 모든 실무직원들을 한 번씩은 만나게 하는 방식이다. 시간 배분은 회사 사정에 따라 적절하게 배정하면 된다. 예를 들면 오전은 소속 팀 업무, 오후는 다른 팀 업무로 나누는 된다. 자기 업무를 소개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발전 방향도 말하도록 의무화하면 더욱 좋다.

신입사원 당사자는 소개받은 내용을 매일 요약, 정리하여 경영자에게 보고하도록 한다. 그리고, 반드시 따로 시간을 내어 직접 만나보면 더욱 큰 효과를 보게 된다. 선배 사원이나 기존 사원들에게는 추가 업무 과중으로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소개하는 과정에서 본인 업무가 정리되며 수준을 높여 나가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신입사원이 미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입사원에게 미치는 효과다. 회사 전체 업무를 빠른 시간내에 파악하고 조직의 유기적인 관계를 이해하며 다양한 직무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회가 된다. 조직의 일원으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환영받고 존중받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일에 대한 책임감도 크게 높아져 신입사원의 정착에 큰 효과를 보았다.

세월이 제법 흘렀지만, 필자의 경험은 신입사원의 성공적인 정착이 곧 회사의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신입사원 채용과 조직 적응은 과거보다 더욱 어려워졌지만 회사 구성원이 합심하여 반드시 극복하고 정면 돌파해야 할 핵심 과제다. 그 해법은 바로 신입사원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자존감을 높여주며, 조직의 소중한 일원임을 느끼게 하는 것을 시스템화, 구조화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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