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도네시아(INDONESIA)에 취업한 연수생 출신인 최나래 주임(가명/경상대학교 사회학과 졸업)이 르바란 기간을 맞아 서울의 우리 사무실을 찾아왔다. 르바란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일종의 설과 같은 최대명절기간이라 휴무를 맞아 한국으로 온 것이다.
지난 3년여의 인도네시아 생활을 듣고 있노라니 너무 가슴 벅찬 일이 많았다. 특히 본인이 취업한 ‘CK사(가명)’는 Global 최고의 신발제조공장이며, 3년차 직원이 공장장이라고 한다. 2만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는 회사에서 2000평 규모의 공장 전체를 책임지는 공장장! 재단-봉제-제화로 이어지는 공정이다 보니 자재 입고부터 생산, 인원, 기계 등 전반을 관리한다고 한다. 이런 위치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는 인재(人材)를 키우는 일념으로 해 온 일이 실제로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하나씩 배우는 마음으로 해 나간다고 한다. 대견하고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해 줄 것이 없었다.
최주임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기대가 되었지만, 1년 전의 색다른 경험이 귀에 확 들어왔다. 기발하고 재미있어 소개한다.
최주임은 대우의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lobal YBM)에서 11개월간 인도네시아어와 현지 문화 등의 교육, 연수를 마치고 입사를 하였다. 1년 반 정도가 지난 작년 2018년 2월에 개인 휴가가 주어졌다. 지금 주문 받아 제조(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를 해주는 회사인 ‘나이키(NIKE) 본사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이 되었다. 평소에도 스우시(Swoosh)로 유명하고 말만 들어도 한 번 갖고 싶은 최고의 Global 신발 회사, 그 심장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별다른 준비 없이 한 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미국을 향했다.
마침 가지고 있던 책 ‘슈독(SHOE DOG)’(나이키 공동 창업주인 필 나이트의 자서전)을 꺼내 들고 자카르타-인천-시애틀을 경유해 본사가 있는 미국의 서부 오리건주 비버튼에 도착했다.
나이키 본사는 화려한 도시 안에 있을 것만 같은 상상이 무색할 만큼 한적한 곳에 있어 공원이나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하였고 넓은 공원에 여러 건물들로 나눠져 있었다. 입구에 도착하고 보니 ‘어디를 가야하지? 무엇을 보아야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작 ‘들어가도 될까?’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였다. 그래서 ‘무작정 걸어 다니며 다 둘러보자’는 생각으로 한 건물에 들어가려고 하니 보안직원이 막아서는 것이다. 사전 약속이 되지 않아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외관이라도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캠퍼스(?)만 보며 감탄사만 연발하였다.
그런데 어느 장소에 가니 4-5명 정도가 무리를 지어 다니며 무슨 말을 나누고 있는 듯 했었다. 제대로 신청하여 회사 투어를 온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에 ‘저 팀에 옆에 있으면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옆에 붙어 모른 척하고 따라다녔다. 덕분에 여러 건물을 이동하며 나이키의 역사와 건물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건물로 들어가는 상황에 주저하게 되었다. 투어 신청도 한 바 없었고 조금 전에 제지를 당한 생각이 앞섰던 것이었다. 그런데 팀의 한 사람이 괜찮으니 같이 들어가자는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들어 가보니 여기저기 흩어졌던 사람들이 50여명이 되어 강당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입구에는 ‘ Welcome to your first day’라는 배너도 걸려 있었다. 나이키 신입직원 ORIENTATION 장소로 직원들의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얼떨결에 신입직원 행세가 된 것이다. 나이키 인사담당자가 진행하는 월컴행사에 참가하는 행운을 얻은 것이었다. 회사소개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소상히 듣게 되었다. 디자이너가 설명한 나이키의 신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직접 만들고 있는 제품들이기에 너무나 생생했다.
이어서 참가 신입직원들의 자기소개 시간도 이어졌다. 덕분에 인도네시아 공장 소개는 물론이고 내 개인도 소개하게 된 것이다. 50여명의 인원이 부담도 되었지만 영어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Global YBM 과정에서부터 영어실력 UPGRADE도 꾸준히 했던 터라 무난히 해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사담당은 물론이고 미국 전역에서 온 여러 업무를 담당할 경력, 신입직원들과의 교류의 기회도 소중했다. 나오는 길에 직원들에게 나눠준 나이키 가방은 또 다른 마음의 선물이 되었다.
이렇게 나이키 본사 방문의 짜릿한 스토리가 무슨 무용담 같이 이어졌던 것이다.
최주임이 유별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우리 한국의 청년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DNA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부모세대들이 만든 대한민국의 국력이나 발전이 그 능력을 이미 웅변하고 있고, 그것을 물려받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최주임의 몇 가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근무하는 공장으로 돌아가 직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했더니 직원들도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며 재미있어 하더라는 것이다. 자기들 손으로 만든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팔리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제품 생산의 수준을 높이는 작은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또 하나 기억에 잊히지 않는 것은 나이키 본사직원들의 열린 마음과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취업한 후 1년여 동안 시내와는 떨어진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뚝심’이 필요한 데, 새로운 동기부여의 기회가 된 것이 좋았다는 것이다.
마지막 하나의 교훈은 ‘Just do it!’, 나이키의 Slogan 그대로 ‘일단 한 번 해봐, 되잖아’였다는 것이다.
필자도 한마디 거들었다.
“대단한 도전이다. 지금도 한국에서 힘들어 하는 동기들의 모습과 비교가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