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면접 질문이 아니었다. 입사지원자 면접을 끝내며 식사를 제공하고 나서 인사치레로 한 질문이었다. 사장의 긴급한 업무 사정으로 면접을 늦게 시작하였고, 마침 점심시간이 되었던 터라 면접자의 다음 약속이나 사정을 확인하고 나서 가진 시간이었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며 필자가 지원자들에게 인사로 질문을 했는데 답변들이 의외로 다양했다.
필자는 면접관 5명 중 2번째로 높은 직급이었다. 면접 참가자는 총20명이었다. 그 중 7명을 선발할 예정이었다. 식사를 마치며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식사 어땠어요. 괜찮았지요?” 몇몇의 답을 듣다 보니 의미가 있어서 전원에게 물어보았다.
면접자 #1 : “잘 먹었습니다”
면접자 #2 : “맛있게 먹었습니다.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자 #3 : “닭고기를 잘 먹질 못해 미안합니다. 나머지 음식은 잘 먹었습니다”
면접자 #4 : “닭고기가 특히 맛있었습니다. 여기 오는 길에 몇 군데 닭찜집이 있는 데도 지나치며 여기까지 데리고 온 이유가 짐작되었습니다”
그냥 인사치레로만 물어봤으나, 이런 다양한 답변을 듣고 보니 ‘식사’라는 것이 향후 대외 활동, 거래처 접촉 등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내부 직원들과 같이하는 식사는 고만고만하다. 그러나, 외부 인사와 같이 식사를 할 때에는 많이 달라진다. 같이 식사한 거래처 직원이 위와 같은 답을 했다고 생각해 보자. 특히 점심 비용을 내가 내었다고 하면 더 달라진다.
면접의 질문과 답은 실상황으로 연결되어 상상한다.
면접자 1번의 답변은 보통 수준이다. 2번의 경우는 한 걸음 더 나가 상대방의 배려에 감사하다는 말까지 곁들인 정도로 이해가 된다. 면접자 전원이 1,2번같이 답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된다.
그런데, 한 명이 4번과 같이 답을 하였다. 내가 방문한 회사에서 같이 회의를 마치고 나서 점심을 샀는 데 기분이 좋아진다. 답을 한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 비슷한 점수를 받은 면접자끼리 비교 상황이라면 누구에게 결정적인 점수를 주겠는가?
3번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답이다. 그런데 식사를 배려해 준 회사를 상당히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먹질 않는 것 같아서 내심 쳐다보던 중이었다. 단체로 주문할 때 진작 말을 했으면 다른 음식을 시켜주었을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럴 경우에 대개는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단체 주문에서 그럴 수 없어서” 등의 답을 하겠지만 오히려 평가가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준비해 놓고 식사한 이후의 반등을 보는 회사도 간혹 있다. 면접장에 앉으면 유사한 질문을 한다. 답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모두가 “맛있다”, “고맙다”라고 하는 수준에서 답을 할 때, 구체적으로 맛있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식당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식사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어땠는지 등으로 구성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식사가 일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 천만의 말씀이다
앞에서 말한 경우는 실제로 필자가 일하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국내 영업을 많이 하는 회사라 직원들이 거래처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원들의 식사 습관이나 식사 시간의 태도, 거래처에 대한 감사 인사 등은 그 직원에 대한 평가 뿐만 아니라 상대 회사의 전체 이미지에도 영향을 크게 준다.
사장과 필자는 면접자들과 해어지는 인사를 나눈 후 회사에 돌아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평가 점수 재검토’하자고 했다. 식사 전에 평가 점수 부여를 끝내고 갔는 데도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무언의 교감이 생겼던 것이다. 둘이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한다.
“5번 그 친구 식사하는 습관이 참 좋아 보였다. 두루두루 대화하며 밝은 표정이 면접 볼 때 하고는 전혀 달랐다. 면접에서 너무 긴장했던 것 같으니 점수를 올려주자”
“8번은 정말 똑똑하게 면접을 잘 봤는데, 식사시간에는 오로지 밥하고 핸드폰으로만 눈길을 보내는 것을 보니 뽑으면 큰일 나겠다. 거래처와 식사하며 좋은 대화로 어려운 문제도 좀 풀고 해야 할 텐데 그럴 역량이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12번 그 친구는 무조건 합격에서 배제하지. 밥 먹는 것도 의욕이 없어 보였고, 반찬을 가리거나 같이 먹는 반찬 그릇을 막 헤집는 부분도 볼썽 사납구먼”
“요즘 본부장들이 직원들과 대화하기가 어렵다고 하던데, 충분히 이해가 되네. 아까 몇 마디 말을 던져 보아도 적절하게 받아서 대화를 풀어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식사 시간은 상대의 진면목을 보는 최고의 시간이다.
실제 기업 현장에 일하다 보면 누군가와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내부 직원들끼리 혹은 외부거래처와… 짧은 시간에 상대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심지어는 소속 회사의 분위기와 일하고자 하는 의욕까지 헤아려진다.
업계의 상당한 고수(高手)들은 결정적 순간이 오면 반드시 같이 식사할 기회를 잡는다. 식사 시간의 다양한 모습으로 미래를 도모할 사람인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그 짧은 시간에 일에 대한 전문성과 미래 준비, 식사 태도나 에티켓, 매너는 물론이고 주고받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평가를 한다. 단순 대화를 넘어 소재가 어중간 할 때에는 분위기에 맞는 단서(端緖, 실마리)를 끌어내는 노련함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글을 잘 헤아려 한 수 높은 취업 준비를 하길 바란다.
정답 차원이 아니다. 모베 즉, 모어 댄(More than), 베터 댄(Better than), 더 나은 답변, 더 나은 행동이 당락을 가르게 된다. 실제 가진 지식 수준으로 결정하는 경우는 의외로 적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음 질문은?
“혹시 오늘 면접장에 몇 시에 도착하셨나요?” 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