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에서 쓸 이야깃거리가 없어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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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에서 쓸 이야깃거리가 없어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59)
  • 뉴스앤잡
  • 승인 2024.04.03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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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스토리를 훔쳤다가 합격이 취소된 취업준비생

어느 대학에서 자기소개서 관련 강의를 하며 스토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더니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저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럴듯하고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없는데 어쩌죠?”


사실 인상 깊은 스토리가 없는 사람이 대다수인 게 현실 아닐까? 더구나 질문한 학생이 생각하는 것처럼 꼭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처럼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어야만 취업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스토리에 매료된다. 책도 영화도 만화도, 심지어 기업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취업에서도 스토리가 대세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말에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단, 그 스토리는 무조건 재미있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우리가 재미있는 책이나 영화, 공연,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확실히 이해될 것이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도 마찬가지다. 입사 지원자들의 매력적인 스토리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취업준비생들은 인터넷을 떠도는 합격자들의 자기소개서에 담긴 남다른 스토리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스토리라는 것이 특성상 똑같을 수가 없어서 카피했다가는 낭패를 겪기 쉽다. 인사 담당자가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 어떤 형태로든 알려진다. 서류 전형에서 통과했더라도 면접에서 들통날 수 있다. 스토리는 중복될 수 없을뿐더러 그 내용은 본인만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를 완벽히 속이기 어렵다.


다른 사람의 스토리를 훔쳤다가 탈락한 실제 사례가 있다. 취업준비생X는 그의 친구 Z가 방학 동안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시작한 고구마 장사 이야기를 도용했다가 탈락했다.
Z는 다른 고구마 장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산지에서 양질의 고구마를 직접 공급받아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춤과 랩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아 한 달 만에 500만 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던 무용담을 술자리에서 털어놓았다. X는 친구 Z의 스토리를 자신의 자기소개서에 그대로 담고 면접에서도 활용해 어느 대기업에 최종 합격했다.

 

만일 X가 이 사실을 자기만 알고 있었더라면 어쩌면 완전범죄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X는 자신이 대기업에 입사하게 된 걸 주변에 자랑하고 싶었다. 심지어 몇 푼 벌어볼 요량으로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합격한 자기소개서’로 유료 등록했다. 이 자기소개서는 많은 취업준비생에게 팔려나갔다. 그러다 그 자기소개서의 실제 주인공Z가 주변 친구를 통해 자신의 스토리가 도용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Z는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X가 합격한 회사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X는 합격이 취소되고 말았다. 꼼수를 부리고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가 낭패를 겪은 셈이다.

 

혹시나 하는 말인데, 친구가 다니게 된 회사에 굳이 전화해 사실을 알린 Z를 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남의 스토리를 함부로 훔친 죗값은 의외로 크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소개한 사례라는 데 주목하길 바란다.

 

어쨌든 상황이 이 정도이다 보니 스토리가 없는 사람들은 자기소개서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남들은 그럴듯한 스토리가 있는데, 자신은 그럴 만한 스토리가 없다고 한탄한다. 그래서 일부 자기소개서 관련 클리닉센터에서는 당사자에게 없는 스토리를 꾸며서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사례 때문에 취업 전문가 전체가 먹칠을 당한다. 이렇게까지 된 건 취업준비생들의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꾸며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렇다고 없는 이야기를 꾸며서 거짓으로 자기소개서를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과거는 물론 현재와 미래에서도 당신만의 스토리를 발굴할 수 있다. 분명 누구에게나 스토리는 있다. 정작 중요한 사실은 잊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발굴하지 못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마땅한 스토리가 없을 수도 있긴 한데, 그건 과거에서만 스토리를 가져오려 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다. 자신에게 매력적인 스토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과거 시점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미래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초점을 미래에 맞추면 오늘 당신의 행동도 스토리가 될 수 있다. 의미없이 하루하루를 불평하며 보내지 말고, ‘오늘 나의 행동이 미래의 스토리가 될 수 있다!’라는 믿음으로 살아간다면 실로 무수한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그런 사례가 어디 있겠나 싶겠지만, 사례는 이미 많다.

 

대기업에 지원하면서 서울에서 해당 기업이 있는 울산까지 500㎞의 거리를 뛰어가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된 취업준비생이 있었다. 그는 7일동안 뛴 열정으로 결국 입사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어서 마음이 조금 상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성실히 일한 덕분에 결국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김동완 씨 이야기다.
그는 현대중공업 인사 담당자에게 ‘꼭 읽어주십시오. 제 인생을 걸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는데, 그 내용은 <매일경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소개됐다.

 

얼마 전 입사 원서를 제출하고 이제 발표까지 20여 일 남았습니다. 너무 가고 싶은 회사이기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냥 기다리는 대신 현대중공업만을 생각하며 달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천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면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김동완 씨는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인사 담당자에게 보낸 뒤 정말로 서울에서 울산까지 마라톤 거리 약 12배에 달하는 500㎞를 7박9일간 달렸다. 결국 이런 짧은 시간에도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좀 더 접근하기 쉬운 예도 물론 들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성실하게 인사하기로 마음먹었던 학생이 있다고 하자. 아주 작게는 부모님에게 매일 안부 인사를 하는 것도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부모님을 배려하며 큰절로 인사해왔다면 그것만으로도 스토리가
될 수 있다. 어린 시절이 아니어도 대학생이 된 후 부모님의 은혜로움을 깨닫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말해도 충분히 스토리가 될 수 있다 .


인사의 중요성을 깨달은 후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늘 밝은 미소로 먼저 인사해보는 것도 스토리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당신을 달리 볼 수밖에 없고, 그런 과정에서 특별한 인연을 만들 수도 있다. 그걸 하나의 스토리로 묶어보는 거다.


실제로 인사를 통해 성공한 사례가 여럿 있다. 쇼호스트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김효석 원장은 대학 때 아르바이트로 웬만한 직장인 급여의 2~3배는 벌었다고 한다. 바로, 인사 덕분이었다. 기업들을 돌며 자신이 속한 신문사에 결산 공고를 게재해달라고 청하는 일을 했던 그는 기업별로 매일 똑같은 시간대에 정확히 방문해서 반드시 세 번 큰 소리로 인사했다. 들어갈 때 “안녕하십니까! 김효석입니다!”, 용무를 마치고 나오면서 “안녕히 계십시오! 김효석이었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고는 또 한 번 큰 소리로 “그럼 이제는 진짜 돌아가겠습니다. 이상 김효석이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인사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고 한다.


김효석 원장은 그런 철저한 인사 덕분에 아르바이트만으로도 학비를 벌 수 있었고, 아나운서로 채용될 수 있었고, 쇼호스트로 성공할 수 있었고, 학원 원장으로 독립할 수 있었고, 대학교수까지 될 수 있었다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런 형식의 스토리를 새롭게 만들려면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단지 일만 하고 돈 받는 형식적 근무 태도로는 안 된다. 고객 입장으로, 점장 입장으로, 사장 입장으로 바라보며 일해야 한다. 그러면 평소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마련이다. 고객들은 어떤 상품을 좋아하고, 어떨 때 기뻐하고, 어떨 때 불편해하는지, 어떻게 하면 수익이 마이너스가 되고, 어떻게 하면 수익을 좀 더 창출할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성취나 결과를 통해 자기만의 깨달음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야기야말로 당신만의 특별한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한편 남들은 휴학을 하며 스펙을 쌓는 데 주력하지만, 자신은 4년제 대학을 3년 이내에 졸업하면서 복수 전공으로 학위를 하나 더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사람도 봤다. 실제로 그는 목표에 따라 대학 생활을 한 덕분에 원하던 회사에 취업했다. 스토리는 이처럼 독한 결단과 실행을 통해서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어떤 역경에 처해 있다면 오히려 감사할 일이라고 받아들여보자. 주인공에게 역경이 없거나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이 없는 영화나 드라마나 문학 작품은 밋밋할 수밖에 없고, 결국 아무도 찾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정초신 영화감독은 “악역이 빛날수록 영화는 빛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현실 앞에 좌절하지 마라.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조금만 더 견디면, 곧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곳에는 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스토리를 부러워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그 에너지로 당신만의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라.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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