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지나친 요구에 대응하는 법 [유경철의 인재경영](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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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지나친 요구에 대응하는 법 [유경철의 인재경영](92)
  • 뉴스앤잡
  • 승인 2024.05.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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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말로 ‘재주는 곰이 부리는데, 돈은 남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본인의 안위를 위해 보고서를 특별히 잘 써달라는 상사의 요청, 과연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보고서에는 실제와는 다른 상황과 내용을 넣어야 한다면 말입니다.

 

<실제 사례 연구>

재계에서 상위권에 있는 모그룹. 그 그룹사에서는 여러 계열사가 있습니다. 매년 봄에는 계열사별로 사업 계획을 그룹의 오너 회장에게 보고하는 사업 회의가 개최되는데, 이는 사장단들에게는 오너 회장에서 잘 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신임을 얻지 못하면 결국 한직으로 물러나거나 심지어 퇴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 계열사의 사장들은 사업 회의에서 잘 보이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중 한 계열사의 사장은 핵심 계열사로의 이동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회의 준비를 사장이 신임하는 한 전무에게 맡겼고, 전무는 다시 그 실무를 본인이 신임하는 백 팀장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그 팀은 각종 프로젝트로 아주 바쁜 상황입니다. 그런데, 사업회의 자료는 회사의 현황 보고가 주가 되어야 하나 언제부터인가 미래 전망이 주가 되었기 때문에 작성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릅니다. 더구나 전무는 확정되지 않은 해외 수주 실적까지 넣어서 미래 실적을 부풀리라는 세부 주문까지 합니다.

“김 팀장, 이번에 남미 쪽에서 수주 추진 중인 SA-프로젝트 말이야. 이 내용을 추가하면 정말 멋질 것 같은데? 잘 좀 부풀려봐, 우리 사장님이 열심히 일구신 실적이니 말이야.”

“전무님, 그런데 그 프로젝트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지 않습니까? 그 나라 정치 상황이 좋지 않아서 최소한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나 되어야 입찰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데요.”

“이봐, 그래도 사장님이 추진하신 일인데, 회장님께 보고해야 하지 않겠나? 사장님이 잘되면 결국 우리 회사와 우리가 모두 좋은 거 아닌가?”

‘(속마음) 승진 욕심에 아직 확정도 되지 않은 일에 대해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걸 보고 자료에 넣으란 말이지? 가뜩이나 다른 프로젝트로도 바쁜데, 못한다고 해야 하나?’

 

<이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

팀장은 상사가 시키는 일에 대해 정치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앞서 살펴본 사례와 같은 상황이 생기면 일단 사업회의 자료를 만들기 위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서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작성합니다.

조직에서 나의 고객은 상사입니다. 보통 고객(Client, Customer)이라고 표현할 때는 외부에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팀장의 입장에서는 조직의 상사(임원)도 중요한 고객입니다. 고객이 만족하는 일을 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입니다.

즉, 나의 고객이 요구하고 관심이 있는 일을 보좌하는 것이 나의 역할입니다. 사업회의 자료는 상사의 관심 사항이기도 하지만 내가 속한 사업부서와 회사를 대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러한 시각에서만 보고서를 작성하세요.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보고서에 담으라는 지시가 있을 때는 사실만을 담도록 하는 것이 모든 보고서 작성의 기본 원칙입니다.

하지만, 위의 상황처럼 단순 데이터 보고가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사실과 추정을 모두 넣어 자료를 작성하되 사실과 추정을 분명히 구분지어 작성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만, 윗사람에게 거슬리지 않도록 최대한 논리 구성(혹은 보고서의 스토리텔링 등)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상사의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보통 발표자가 의도한 대로 발표를 위해 자료를 변경하라고 하면 실무 팀장이 싫은 눈치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코,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발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발표자가 경영층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고, 그 내용은 오너 회장의 관심 사항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상사가 조직에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안다면 상사 보좌를 하면서 매우 유리합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학업과 연구에 관심을 두는 상사인지, 조직의 윗자리로 승진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는 상사인지, 그냥 가늘고 길게 조직 생활을 하려는 목표가 있는 상사인지 파악을 하면 팀장의 고객으로서의 상사가 무엇을 더 원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역지사지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사업회의 자료를 사장님 시각에서 생각해봅니다. ‘내가 사장이라면 어떤 보고를 받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고 작성하세요. 그리고 직접 발표해 보세요.

발표자의 의도를 반영한 자료를 작성해야 합니다. 팀장의 관점에서 단순사실을 보고하는 자료가 아니라면, 발표자(사장)가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지 생각해보고 이에 맞는 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거짓인 내용을 보고서에 담으면 안 되겠지만, 구성의 변화 등을 통해 충분히 메시지 전달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너 회장 관점에서의 예상 질문리스트를 준비하여 사장과 같이 질의응답 롤 플레이(Role Play)를 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발표가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팀장의 역할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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