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 등 조직의 책임자가 되면 평가권자가 되어 부하직원들을 평가해야 하는 일을 싫든 좋든 해야 한다. 일부 팀장들은 이러한 평가를 하기 싫어하거나 귀찮아하거나 심지어는 거부감을 갖기까지 한다. 또한 평가를 인사팀의 업무라고 생각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평가권이 팀장을 비롯한 권리자가 가진 가장 강력한 권한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망각한 탓이다.
평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평가제도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가제도와 평가관련 규정, 평가지침, 평가시스템 등 평가 관련한 제반 사항에 대해 익숙해야 한다. 평가를 이해한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본인 스스로 우리 조직은 “평가를 왜,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등 6하 원칙에 따라 평가제도를 설명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정착된 조직의 경우에는 평가가 매년 연봉이나 성과급 등 금전적 보상에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평가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민감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성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조직의 경우에는 평가결과가 승진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평가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좀 과장해서 자신의 1년의 삶을 평가받고 향후 수년간의 조직생활의 성패를 결정하는 인생에서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의 중요성으로 인해 평가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공정성은 평가 절차와 결과의 공정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에서도 평가 절차의 공정성은 평가절차의 투명성과 평가기준의 객관성이 보장되고, 평가결과에 대한 피드백과 이의제기 등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평가기준의 객관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다면평가를 실시하기도 하고, 투명성을 위해서 평가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강화하고, 이의제기 절차를 두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다면평가(부하직원이 상사를 평가하는 경우)에 대해서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관리자들은 다면평가가 평가자의 평가권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팀장이 제대로 평가를 한다면 부하직원이 팀장을 평가하는 것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따라서 다면평가가 평가권을 약화시킨다는 것이 동의하기 어렵다.
평가 피드백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는 관리자들도 상당수다. 평가를 하는 것도 버거운데 평가기준에 대해서 코멘트를 달고, 평가결과를 피평가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자세는 부하직원들의 1년이나 반년간 업무수행 과정을 관찰하고, 업무 결과를 점검한 팀장이라면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이 피드백이다. 평가 피드백은 갑작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 업무수행 과정과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피드백이 부담스럽다는 것은 평소에 업무수행과 결과 등 업무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평가 피드백이 평가권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평소 업무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경우에는 이미 평가권이 약화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평가결과 이의제기 절차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관리자들도 있다. 이의제기는 절차적 공정성의 핵심이다. 평가 기준과 절차에 대해 이해하고, 피드백도 받았지만, 평가제도나 평가자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의제기 절차는 제도가 불완전하고 평가자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있었을지도 모를 오류 등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들여다 보는 평가의 검증 과정이다.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 평가의 오류가 없다고 확인받는다면 평가를 자신있게 더 할 수 있을 것이고, 이의제기가 수용된다면 내가 잘못한 것인지 제도의 문제인지에 따라 평가권자의 개선과제와 인사팀의 개선과제로 구분될 것이다. 그러면 다음에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즉, 이의제기는 검증을 통해 오류를 바로잡게 해준다는 점에서 평가권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평가권자의 평가역량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평가권자인 관리자들은 평가에 대한 공정성 강화를 위한 일련의 제도나 조치들이 평가권자의 평가권 약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평가자의 평가역량을 향상시키고 평가자의 자질과 권한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한다. 이를 제대로 이해해야 제대로 평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