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지방대생이 나를 찾아와 수도권 대학으로의 편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기업들이 학벌을 안 본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다르지 않느냐며, 지금이라도 편입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상담 결과 그 학생은 성적도 상위권이고, 전문 자격증도 여러 개 갖고 있으며, 어학 점수도 탁월해서 그대로 취업에 도전해도 대기업은 거뜬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의 자존감이었다. 자신을 신뢰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런 마음 상태라면 수도권 대학 편입에 성공하더라도 그 이상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마인드 트레이닝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좀 더 당당한 마음가짐으로 현재 다니는 대학을 계속 다니며 졸업까지 하길 권했다.
지금 그 학생은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에서 당당히 근무하고 있다. 그때 편입하지 않길 잘했다며 내게 고맙다고 한다. 안 그랬다면 열등감덩어리로 계속 살았을 거라며.
직업적·사회적 성취의 근본 비결은 ‘높은 자존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절대 놓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낮으면 그 어떤 일도 잘해낼 수 없다. 자꾸만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취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탄탄한 자존감을 발판으로 현재 자기 위치를 점검해야만 원하는 방향으로 실패 없이 나아갈 수 있다.
한때 나는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내고자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자료와 그들이 쓴 책을 뒤적이고 또 뒤적였더랬다. 그들의 공통점을 알면 취업·진로 지도를 할 때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문득 ‘성공’이라는 단어를 굳이 대입하지 않더라도, 평범한 가운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도 도움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나 역시 그런 사례자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 스스로에 대한 탐색 작업을 시작했다. 그 첫 단계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거였다. 가장 많이 했던 거였다. 오랜 기간 자기 탐색 끝에 내 성공의 비결을 알아냈는데, 자서전 성격의 도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를 통해 그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www.work.go.kr)에서 ‘구직 준비도 검사’를 한 후 또 다른 비결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진로를 지도하는 입장에서 나도 취업 관련 검사들을 해봐야 되지 않겠나 싶어 시작한 검사였다. 대학 졸업 무렵의 내 기억과 그때 상황을 떠올리면서 검사 문항을 풀어나갔다.
검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우선 ‘자기효능감’ 점수가 100점 만점에 6점밖에 나오질 않았다. 자기효능감 검사는 ‘자신이 어느 정도 능력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는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내가 대학 졸업 당시를 돌이켜봤을 때 취업 준비와 관련된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많았는데, 스스로도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나 보다. 검사 결과를 해석하자면 나 자신이 능력 없음을 너무나 가혹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반면 ‘자아존중감’ 점수는 100점 만점에 무려 95점이 나왔다. ‘나는 가치 있는 존재이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으며, 나는 나를 믿는다’는 측면의 자존감에 있어서만큼은 최고점 수준이었다.
나는 원래 자존감 높은 사람이 아니었다.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군 생활 중 자기 암시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했고, 그 덕분에 자존감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자존감을 회복했다고 해서 내 역량이 즉각 향상되거나, 당시 내가 원하던 회사에 곧장 취업이 된 건 아니었다. 대신 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고 취업을 위해 나 자신을 좀 더 꾸준히 단련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