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김소진의 커리어칵테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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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김소진의 커리어칵테일](1)
  • 뉴스앤잡
  • 승인 2022.10.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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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해요.”

잘 알고 지내는 모 기업 대표님이 퇴임 후 함께 한 점심식사 중 이런 말을 꺼냈다.

“저는 지금껏 한 번도 부모님을 실망시켜본 적 없는 착한 아들이었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를 나왔고, 명문 MBA도 했어요. 직장에서도 고속승진했고 결국 CEO가 됐죠. 그런데 이렇게 퇴사하고 나니 과연 내가 인생에서 뭘 한 건지 모르겠어요. 남들은 나더러 성공했다고 하는데, 글쎄요… 난 왜 생각할수록 허무하기만 한 건지…”

대표님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이제 좋아하는 일 찾아서 하셔도 되지 않나요?”

내가 물었다.

“그 좋아하는 일이란 게 뭔질 모르겠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뭐에 관심 있었는지도 이제는 가물가물하네요. 정말 막막합니다.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할지…”

그렇게 업계를 호령했던, 그래서 항상 당당했던 대표님의 약한 모습에 가슴 속 깊이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 분은 열심히 해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행복은 찾지 못 했던 모양이었다. 아마 그 분의 인생이 너무나 일직선이었기 때문에 진짜 자신의 삶을 찾을 기회가 없었던 것 아닐까?

나는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어린 나이에 피아니스트의 꿈을 가졌던 모양이다. 그런데 예고를 준비하며 레슨을 받고 집으로 오던 중학교 2학년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지금 왜 피아노를 치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던진 이 질문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할 수 없어서,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틈에 아파트 상가 수첩에서 ‘중고 피아노 삽니다’라는 곳에 전화를 걸어 피아노를 팔았다. 11년 피아노와의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사진을 찍는 선배의 모습에 반해 사진을 전공하게 되었다. 그리고 재능이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기대에 부풀어 사진학과에 지원해 필기시험을 봤고, 실기시험을 위해 캠퍼스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모인 운동장을 가득 메운 사진학과 지망생들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사진을 전공하려고 하는구나…’

‘나는 이 사람들보다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을까?’

‘4년 후 졸업하면 난 뭘 하지?’

 

연속되는 생각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을 뒤로 하고 실기시험을 보지 않은 채 뚜벅뚜벅 시험장을 걸어 나왔다.

이젠 뭘 해야 할까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외출하려고 옷장 문을 연 순간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패션사업을 하셔서 그런지, 나는 자연히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멋 내기도 좋아했다. 그러니 이 일이야말로 정말 재미있게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난 패션의 드림스쿨이라 할 수 있는 뉴욕 파슨스 스쿨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미 피아노와 사진으로 두 번의 배신을 당한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하면서, 3년 동안 한국에서 패션의 기초를 공부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도착한 뉴욕, 파슨스 스쿨 앞에서 또 한 번의 뇌리를 스치는 질문이 떠올랐다.

‘전세계에서 모인 끼로 똘똘 뭉친, 패션에 미친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과연 내 이름 석자를 남길 정도로 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번엔 바로 답을 얻었다.

‘패션은 내가 좋아하긴 하지만 뛰어나게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구나’라고.

하지만 어렵게 뉴욕까지 와서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뭘 하든 가장 기본이 되는 경영학을 공부하자고 마음 먹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경영학 필수과목인 HR(Human Resources) 과목을 듣다, 오랜만에 다시 가슴을 뛰게 하는 호기심과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다!’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HR로 석사까지 공부를 이어갔고, 이후 15년째 쭉 이 일을 해오고 있다.

4살 때부터 시작된 피아노, 사진, 패션을 거쳐 HR이라는 나의 천직을 만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렇게 일찍 시행착오를 겪은 덕에 이제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무척 행복하다.

 

“성공이 뭔데요? 돈?”

이렇게 물어오는 분들이 있다. 물론 돈이 곧 성공은 아니다. 일정 수준의 돈 없이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테니 완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돈이 꼭 성공은 아니다. 명예? 권력?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정답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성공은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의 기준으로 봐야 하는 것이고,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할 때 비로소 그걸 성공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앞서 얘기한 대표님은 세상 기준으로는 크게 성공했지만, 스스로 행복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삶에 대해 허무해했다. 그렇다면 결코 성공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돌이켜봤을 때 허무하지 않은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결국 삶을 스스로 컨트롤하고 자기 주관대로 방향을 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긴 방황과 깊은 고민 끝에 찾아낸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김 대표는 어떤 사람을 좋아해?”

친한 교수님이 물으셨다.

“살아있는 사람이요.”

내가 답했다.

“살아있는 사람?”

교수님이 다시 물으셨다.

“네.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명확히 아는 사람, 삶의 열정이 느껴지는 사람, 사랑하는 일이 있는 사람. 저는 그런 분들을 볼 때 가슴이 뛰어요.”

내가 다시 답했다.

“좋네.”

교수님이 빙긋 웃으셨다.

그렇다. 나는 살아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살아있는 사람들,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 멋진 성취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디테일을 공유해서, 우리 주변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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