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더라도 조직에는 보고 체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상위 상사에게 직접 보고하는 상황들도 생기게 됩니다. 잦은 보고 건너뛰기가 습관인 팀원에게 과연 어떻게 코칭해야 할까요?
<실제 사례 연구>
정 본부장은 초고속 승진으로 그 자리까지 올랐으며, 일 잘하고 추진력 좋고 항상 성과를 잘 내기 때문에 그의 밑에서 일하면 일도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늘 일을 할 때 밀어붙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과업에 시달리고, 스트레스가 많기도 합니다.
어느 날 경력 8년 차이자 팀장이 된 지 1년이 지난 김 팀장이 외부 고객사 미팅 건으로 차장 1명과 함께 외근을 나가 자리를 비운 오후였습니다.
정 본부장이 기획팀으로 다가와 ‘3일 전 얘기했던 건 더 미루지 말고 지금 정리된 부분까지 얘기하고 빨리 추진하자’라고 합니다. 하지만 팀 내부에서 합의점을 조율 중이었고, 박 과장이 혼자서 현재까지 된 서류를 본부장님께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쟁사가 비슷한 모습으로 시장에 내놓을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전해 들은 본부장은 ‘상황은 알겠지만, 아무튼 대충이라도 좀 보자’라고 합니다.
박 과장은 1차 정리 내용을 가지고 본부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외근을 마치고 들어온 김 팀장은 이 상황을 전해 들었고, 유사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닌지라 더욱 화가 났습니다.
본부장님께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갑자기 요청하시는 것도 힘이 들지만, 본부장님이 박 과장을 워낙 인정하고 핵심 인재라고 생각하는 것도 불편합니다. 또한, 4년 차인 박 과장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가끔 김 팀장을 건너뛰고 보고를 하곤 합니다.
급하다는 핑계로 본부장님께 직접 보고하는 모습을 여러 번 경험한 팀장은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
조직에서 업무 보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높습니다. 한 조사 기관에 따르면 ‘업무 중 보고서 작성과 보고가 업무의 60%의 비중을 차지한다’라고 합니다. 직장 내에서 보고는 가장 대표적인 업무 소통 방법이기도 합니다.
만약 중간보고 단계를 뛰어넘어 차상위자에게 바로 보고를 요구받았다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한다면 팀의 보고 체계가 무너집니다. 또한, 팀장의 관점에서 일의 방향성과 진행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사례와 같이 본부장이 단계를 무시하고 진행한다는 것은 팀장과 불편한 부분이 있거나, 아니면 서로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팀장은 팀원이 나와 본부장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지지 않게 업무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현명한 팀장이라면 전체적인 조직의 상황에 맞게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발휘해야 하며, 업무 진행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살펴본 사례에 대해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본부장의 성격이 급할 뿐이므로 팀장과 과장의 관계는 괜찮은 경우라면 팀장이 본부장에게 일 대 일 면담을 요청해 봅니다.
첫째, 중간보고 단계인 팀장을 배제하고 과장이 본부장에게 다이렉트 보고가 몇 번 이뤄지면서 중간에서 진행 상황에 대해 잘 몰라서 팀을 끌어갈 때 곤란했던 적이 있었음을 본부장님께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팀 업무 전체를 잘 진행하는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본부장님의 협조를 요청한다는 뉘앙스로 직면하여 매너 있게 이야기합니다.
얼굴을 보지 않고 이메일로 전달할 경우 글의 한계가 있어서 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면 대 면 일 대 일 미팅 방식으로 면담을 요청하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 톤과 표정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요청을 드릴 때 마지막 문장은 질문(Ask) 형태로 권유하는 표현이 상사에게는 특별히 필요합니다.
“본부장님, 요즘 경쟁사가 너무 급하게 움직이니 신경 쓰실 것이 많으시죠? 저희 팀도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겠습니다. 특별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제가 요즘 조율할 것들이 많아서 외부 미팅을 직접 나갈 때가 있다 보니 중간중간 박 과장이 본부장님께 팀에서 다 정리가 안 된 내용으로 다이렉트 보고를 드릴 때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본부장님께서도 2~3번 보고를 받으셔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실 수 있고, 박 과장도 중간에서 난감해할 때가 있는 것 같아서요. 제게 먼저 말씀해주시면 외근 다녀와서라도 얼른 정리해서 보고 올리도록 할 테니 그렇게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렇듯 청유형으로 매너 있게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본부장님께 말씀드리기가 쉽지 않다면 박 과장을 불러서 카카오톡이나 문자, 전화 통화 등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에게 사전 보고를 한 후 본부장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팀의 보고 체계를 위해, 또 팀 내 리스크 방지를 위해 필요한 요청 단계입니다.
셋째, 팀장과 본부장의 사이가 안 좋은 상황이라면 박 과장이 매너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박 과장과 같은 상황은 본부장님 핑계를 대며 지속해서 이러한 보고가 행해질 때 팀장을 무시하는 것처럼 자신의 행동이 해석 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본부장님께 “본부장님, 지금 사안이 시급하고 궁금하시겠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오후 2시까지는 팀의 자료와 의견을 더 잘 정리해서 보고 올리겠습니다. 그때 확인해주실 수 있으실까요?”라는 뉘앙스로 말씀을 드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향후 팀장 이하 팀원들과의 의견을 빠르게 취합 정리하여 팀 결정 사항이 팀장이 모르는 선에서 보고가 올라가는 것이 없도록 업무 진행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부분에 대해 본부장님께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변화하지 않는 경우, 팀장이 본부장과 친해질 방법을 고민합니다.
본부장이 “아니야! 팀장한테는 내가 잘 얘기할 테니까 그냥 내가 하라는대로 갖고 들어와. 지금 한시가 급한데 뭘 그런 걸 일일이 팀장한테 다 보고하고, 그렇게 해서 언제 경쟁사를 이기나?”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땐 팀원은 빠지고 본부장과 팀장 둘이서 이 문제를 해결하여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게 조율하고, 팀원이 조금 더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팀장의 역할입니다. 이는 본부장이 팀장을 편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팀장보다 박 과장의 실력을 더 믿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팀장으로서는 본부장이 자꾸 박 과장과 직접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팀장이 직접 상사와 친분을 만들어 더 원활히 소통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5분 티타임으로 친분 만들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모 기업의 한 팀장이 이런 상황이었는데, 본부장님의 바쁜 일정을 감안하여 그는 꾸준히 1년간 일주일에 2~3회씩 본부장님께 요즘 일어나는 핫한 뉴스, 신조어, 마케팅 트렌드 등 아주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말문을 트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이 방법으로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업무를 추진하는 데도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팀장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팀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입니다. 리더십 발휘를 360도 관점에서 바라보면 상사와의 상향적 리더십 발휘도 매우 중요한 리더십 영역입니다. 흔히 팔로워십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상향적 리더십 발휘를 위해서는 상사와의 관계(Relationship)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팀원들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평소 상사와의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신뢰를 쌓는 노력은 본인과 팀 그리고 조직 전체를 위해 중요한 활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