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는 방법, 융합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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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는 방법, 융합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20)
  • 뉴스앤잡
  • 승인 2022.08.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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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화’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역량을 다른 분야의 직업 에 새롭게 결합하는 것이다. 요즘 서로 다른 산업 간, 서비스 간의 융합이 대세다. 이런 시대적 트렌드가 직업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직업은 어떻게 융합해야 할까.

 

내게 상담을 의뢰해온 사람 중 이공계 관련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역시 관련 계열에 들어간 여대생 P가 있었다. P는 이공 계열이 자기 적성에 맞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취미로 배운 꽃꽂이를 직업으로 삼고 싶어 했다. 하지만 P의 부모가 완강히 반대했다. 특히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는데, 만일 이제 와서 전공을 바꾼다면 등록금은 물론이고 용돈까지 모두 끊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을 정도였다. ‘대학 나와서 꽃꽂이나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관념을 가진 아버지였다.

그런 부모와 직접적으로 부딪쳐서 설득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일단 부모의 의견에 수긍하면서 협상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 했다. 그 과정에서 P가 대학교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P는 심리학을 새로 전공해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대학교수가 되겠다며 부모를 설득했다. 두 분 모두 P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했다. 사실 이 협상안은 급조한 게 아니었다. P는 애초부터 꽃꽂이와 심리학을 접목한 원예심리치료사를 목표로 삼고 있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심리학 공부를 새롭게 시작하려던 중이었다. 대학교수가 되겠다는 목표도 거짓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목표로 한 것들을 하나로 모아 ‘원예심리치료사 분야의 대학교수’라는 융합 직업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론을 이끌어낸 셈이었다.

 

이렇게 P처럼 기존 직업에 자신의 흥미나 관심사, 새로운 산업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실제로도 이런 융합화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업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직업에 있어서도 융합화를 잘해내면 똑같은 직업을 가지더라도 기존 직업인들과는 전혀 다르게 차별화된 모습을 이끌어낼 수 있다.

 

대전을 기반으로 한 유명 빵집 ‘성심당’의 성공 사례를 직업에 적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심당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도넛, 단팥빵, 소보로빵의 장점을 어떻게 하면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진 ‘튀김 소보로’를 만들었고, 특허 출원까지 했다. 그리고 현재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줄을 서지 않고는 먹을 수 없는 명품 빵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단 제품뿐 아니라 직업에도 이런 전략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 태권도 사범으로서의 길과 미술학도로서의 길을 놓고 갈등하던 청년이 있었다. 나는 왜 굳이 두 길을 따로따로 보느냐고 되물었다.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자기 그림으로 도장을 미술관처럼 꾸밀 수도 있고, 더 나아가 태권도 수업과 미술 치료 수업 등을 병행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해줬다. 이렇게 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면서 다른 태권도장과도 전혀 차별화된 포인트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는 전혀 생각지 못한 방법이라면서 기발한 발상을 조언해줘 고맙다고 했다.

 

자신의 꿈, 장점, 흥미, 적성, 전공, 재능, 능력, 취미, 지식, 기술, 태도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업을 어떻게 창조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직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부디 어떤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 진로의 방향은 하나뿐이라는 생각의 오류를 범하지만 않는다면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직업 융합화에 성공하기 위해 모든 분야의 전문성을 다 구축할 필요는 없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대신 다양한 업종 및 직종 관련 학문, 지식, 기술, 상식 등을 융합 또는 조합하는 능력은 필요하다. 그러려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과 열린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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