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기업의 면접장에서 있었던 실제 질문이다. 면접자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제주도 관광지를 소개해달라”고 한다.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면접자 #1 “성산일출봉, 한라산, 우도 등을 권하고 싶습니다”
면접자 #2 “대중화된 한라산이나 성산일출봉 같은 곳도 있습니다만, 저는 다른 곳을 권하고 싶습니다. 김경숙 해바라기 농장과 새섬과 새연교를 권하고 싶습니다. 제주도 출신인 저로서는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보다는 조금 조용하고 색다른 곳을 추천합니다.” (필자도 해바라기 농장을 가본 적은 없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다른 곳에선 찾기 힘들어 보여 등장시켰다)
면접자 #3 “혹시 대중화된 곳이 좋은지, 아니면 다른 사람은 잘 모르는 숨은 관광지가 좋은지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면접자 #4 “잘 모르겠습니다. 제주도 출신이지만 복잡하고 사람 몰리는 곳이 싫어서 애써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면접자 #5 “… (묵묵부답) …”
미리 말하지만 4번과 같이 답해도 전혀 문제가 안된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 외에 다양한 다른 질문과 답변, 그리고 지원서에 써놓은 기록과 자기소개 내용, 혹시 있다면 인적성검사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정을 내리게 된다. 회사에 따라서는 면접 결과만 가지고 판정하기도 한다. 어차피 인적성이나 서류전형을 통과한 인원이기 때문이다.
면접 60점도 합격한다. 위의 질문에 답을 못했어도. 경쟁자들의 점수가 모두 59점 이하이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의 경우는 90점도 불합격일 수도 있다. 위의 질문에 답을 못했지만 91점이고 한 명만 뽑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문제당 10점? 5점? 등으로 정해둔 것이 아니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겠다.
위 5명중 최악의 경우는 모른다고 우물쭈물하는 경우이다는 것도 명심하자. 1번보다는 2번이 나아 보인다. 3번처럼 미리 한 번 되물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런데, 정작 대중화된 곳과 숨겨진 곳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라면 조금 위험해진다. 그런 의미에서는 2번이 조금 덜 위험해 보이는 답이다.
질문의 시작과 끝
위의 글은 최근 2022년 2월 17일자 ‘아시아경제신문’의 기사 내용을 보고 만든 질문이자 판단이다. 이런 질문이 불쾌했다고 하니 더 낭패스럽다.
기사 제목은 ‘[내 이름은 취준생] <중> 면접이 왜 이래… 취준생 가슴에 꽂히는 화살들’이다.
“... (중략) …
취업준비생에서 ‘준비생’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도 보이지 않는 차별도 많다. 힘들게 서류전형을 통과해 얻은 면접기회지만 직무와 무관한 사적 질문이나 차별적 언행으로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 출신 최지원씨(가명·24)는 "한 중견기업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이 제주도 관광지를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면접시간이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나를 어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중략) …”
직무 연관이 없다고 하기에는…
보도 내용에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그 질문이 나온 맥락이 없다. 대화의 맥락을 보면 면접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질문의 의도를 알려주고 질문하는 경우는 더더구나 없다. 그런 차원에서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 ( )는 그 의도로 이를 생략하고 물어본 것으로 추정해 보자.
첫번째, “(제주도 출신이고, 관찰력이 있다고 하니 실제 어떤지 한 번 봅시다) 제주도 관광지 소개해 보세요”
두번째, “(우리 회사가 관광공사, 제주 지역공기업, 제주 소재의 기업이니) 제주도 관광지 소개해 보세요”
세번째, “(우리 회사가 지금 제주도에 투자를 할 계획이 있는지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제주도 관광지 소개해 보세요. (제주도 내에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찾는 중이라 궁금합니다)”
네번째, “(우리 회사를 찾아오는 바이어 중에 한 명이 제주도를 좋아하는 데 새로운 곳을 찾는 중이고 마침 지원자가 영업 업무를 지원하고 있으니) 제주도 관광지 소개해 보세요”
다섯번째, “(지원자가 프리젠테이션과 브리핑을 잘 한다고 하니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잘 알만한 지역인 제주도를 주제로) 제주도 관광지 소개해 보세요”
등으로 무한 상상을 펼칠 수가 있다. 실제로 이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백 배 양보하여 치열한 면접은 끝나고 조금 시간이 남아 스몰토크 차원이자 면접관 본인이 다음 주에 제주도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중에 정보가 필요하여 물어보았다면 또 어떤가? 물론 직무에 직접 관련은 없지만…
취업 보도, 조사, 미디어의 한계
언론의 보도 태도를 한 번 보자. 취업관련 보도나 면접 상황을 가지고 진행하는 뉴스나 토크쇼 등을 자주 접한다. 맥락을 보지 않고 앞뒤를 자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히, 기업의 직무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직무를 잘 안다고 해도 실제로 일어나는 일의 범위는 상상 이상으로 넓고 복잡하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함축적으로 물어보고 판단하는 일이 면접이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으로 ‘직무역량’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직무 역량이라는 단어는 그 직무만 아는 것은 당연하고 그 다음에 교양 차원이든 미래 업무 차원이든 조금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조건 좋다.
그 면접 중에 ‘이건 직무와 연관없는 질문이잖아’라며 불쾌한 모습을 보인다면 치명적이다. 더구나 이런 태도는 모든 면접에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면접관은 순식간에 이런 표정을 읽어낸다.
그러니, 질문 자체에 대한 평가는 가급적 삼가야 한다. 그렇다고 정말 몹쓸 질문이나 법적으로 문제가 될 질문을 한 무례한 면접관을 옹호하는 말은 아니다.
보다 나은(More than) 사람, 보다 좋은(Better than) 사람이라는 의미의 모베인재를 찾는 기업의 노력은 눈물겹다. 모베훈련의 의미를 살려 어느 수준, 어느 단계에 머물지 말고 꾸준한 노력을 더해 나가자.
다음 질문…
면접 마지막, 끝날 때 반드시 물어보는 말이 있다. “면접을 마치며 묻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질문있으세요?”라고 하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