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자의 경우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은퇴자가 많은데다가,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미풍양속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사회부조 등 사회보장제도도 미흡하여 빈곤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반면에 은퇴준비가 비교적 잘 되어 있다 하더라도, 장수시대를 맞아 긴 은퇴기간으로 인해 빈곤에 빠질 위험이 높다.
빈곤에 처한 은퇴자들에게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직업생애에서 어떤 사유로든지 빈곤에 한번 빠지게 되면 결코 빈곤을 벗어나지 못했다.
둘째, 대부분 빈곤에 빠진 이후에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였다.
셋째, 가구원 중에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공적 부조도 미미한 수준으로 가구소득이 낮다.
넷째, 빈곤에 빠진 이후 가족이 해체된 경우가 있고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가족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다섯째, 자녀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와주어야 할 형편으로 빈곤의 세습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여섯째, 남은여생에 대한 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다.
일곱째, 근로노인의 경우 본인이 거의 유일한 소득원이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큰 문제가 되므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1997년 말 IMF사태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꾼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 사태의 잘못된 해결방법은 그 동안의 우리의 삶의 방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만들고 오늘날의 치유하기 힘든 사회문제를 야기시키는 단초가 되었다.
사태해결을 위한 방법 IMF의 권고사항 중 가장 잘못된 것이 인력구조조정이다. 우리사회에 노동의 유연성이 마치 시대의 대세인 양 밀어붙인 것이 양극화와 저출산으로 표상되는 오늘날의 심각한 사회문제의 시발점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직업의 안정성을 헤쳐 만병의 근원은 만들었다.
지금보다 경제력이 훨씬 못했던 1970년대도 고용이 안정되어 있었고 여자는 결혼을 앞두면 직장도 사표를 내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었다. 한 가정에 가장만이 일터에 나가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다. 외벌이여도 자식 다 가르치고 은퇴 후에는 퇴직금으로 자녀 결혼도 시키고 노후는 자녀의 봉양에 의해서 해결했다. 그런데 오늘날은 맞벌이를 해도 살아가기가 벅찬 세상이 되었다. 백보를 양보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선진국에서도 그렇게 해서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치자.
그러나 구조조정제도를 만들어낸 서구의 선진국가도 우리와 같은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전 세대가 뭔가 불안한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상황을 타파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