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근심거리 [박강석의 직업사회학](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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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근심거리 [박강석의 직업사회학](10)
  • 뉴스앤잡
  • 승인 2022.03.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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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말 IMF사태는 우리사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꾼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 사태의 잘못된 해결방법은 그 동안의 우리의 삶의 방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만들고 오늘날의 치유하기 힘든 사회문제를 야기 시키는 단초가 되었다. 사태해결을 위한 방법 중 가장 잘못된 것이 인력구조조정이다.

우리사회에 노동의 유연성이 마치 시대의 대세인 양 밀어붙인 것이 양극화와 저출산으로 표상되는 오늘날의 심각한 사회문제의 시발점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직업의 안정성을 헤쳐 만병의 근원은 만들었다.

지금보다 경제력이 훨씬 못했던 1970년대도 고용이 안정되어 있었고 여자는 결혼을 앞두면 직장도 사표를 내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었다. 한 가정에 가장만이 일터에 나가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다. 외벌이여도 자식 다 가르치고 은퇴 후에는 퇴직금으로 자녀 결혼도 시키고 노후는 자녀의 봉양에 의해서 해결했다.

그런데 오늘날은 맞벌이를 해도 살아가기가 벅찬 세상이 되었다. 백보를 양보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선진국에서도 그렇게 해서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치자. 그러나 구조조정제도를 만들어낸 서구의 선진국가도 우리와 같은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전 세대가 뭔가 불안한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상황을 타파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꿈을 잃은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20대의 청년들 고졸자는 고졸자대로, 대졸자는 대졸자대로 하나같이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고졸자는 질 낮은 일자리가 더 문제이기도 하다. 대졸자의 경우 취업난의 원인의 하나는 대졸자의 공급과잉을 들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대졸자의 수요는 정체되거나 줄고 있는데 너도나도 대학을 가야 하니까 공급은 계속 늘어나서 대졸자의 취업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히 인문계열 졸업자의 취업난은 더욱 심각하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문계, 즉 사무행정직 종사자가 하던 일을 컴퓨터가 대신하게 되어 이 부분의 인력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 쪽에서는 실무를 위한 경영관련 학과 외에는 수요가 많지 않고, 젊은 인구의 감소로 학교라든가 인문계열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관도 수요가 크게 준 것도 주요 원인이다.

인문계졸업자의 취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인문계졸업자 90%가 논다는 의미의 인구론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런 문제해결을 위해 공학계열의 복수전공이나 기술교육을 통해 해결하자는 논의도 있으나 공학계열의 졸업자들의 미취업자도 30%가까이 되는 현실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학교육 자체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이는 앞서 새로운 교육제도를 제안하게 된 배경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젊은이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왜곡된 경제적사회적 압박이 가져온 서글픈 현실이라 하겠다. 많은 젊은이들이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을 안고 대학을 졸업하게 된다. 취직준비 하느라고 여전히 부모에게 의지하여 생활비도 최소화해야 한다. 취직도 어렵지만 어렵게 취직을 했다하더라도 인턴이다 계약직이다 해서 취직을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는 애매한 상태로 안타까운 젊은 세월이 흘러만 간다.

어쨌든 결혼을 하려면 일단 연애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대기업에는 다니고 학벌도 그럴 듯해야 어디나 명함이라도 내밀고 소개라도 받지 내 처지에 연애는 무슨⋅⋅⋅”, 그래서 연애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도 어떻게 결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싶어 여기저기 알아보았더니 스펙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집을 사는 것도 아닌데 무슨 전세 값이 그렇게 높은가. 결혼중매회사에 신청서조차 내기 어렵다. 아예 신분제도에 의한 계급사회인 조선시대에도 신분을 뛰어 넘는 사랑과 결혼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이도령과 성춘향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일단 그들에겐 먼저 첫눈에 반한 사랑이 있었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한 21세기 초엽의 경제대국,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는, 사랑보다는 먼저 상호간의 스펙과 각자 집안의 경제력을 따지는 비즈니스와 같은 결혼문화가 보편화 된 현실에서 내 놓을게 별로 없는 20대는 차라리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 맘이 편하다고 한다.

결혼은 어떻게 했다 하더라도 맞벌이를 하는 우리가 아이를 가지게 되면 육아가 보통문제가 아니다. 육아자체도 문제이지만 육아비용도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아이에게 금수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동수저는 물려주어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 이것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아이의 긴 인생을 그려볼 때 계급사회보다 더 사회적 차별이 심한 현실에서 우월적 직위에서 살아갈 확률보다는 그렇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고달픈 삶을 살게 하느니 차라리 자식이 없는 편이 태어날 그 아이를 위해서도 더 낳지 않겠는가. 그래서 출산도 포기했다. 이와 같이 20~30대는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까지도 포기하여 삼포세대라고 불리는 것이다. 오포세대는 여기에다 인간관계와 내집 마련을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세대를 칠포세대라고 한다. 급기야 엔포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40~50대는 가장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는 나이이고, 사회적 지위도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되는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정적으로는 교육, 자녀결혼 등으로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들고, 따라서 소득수준도 높아 노년을 대비해야 하는, 그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시기에 구조조정이다 명퇴다 뭐다 하여 반강제로 직장에서 내몰리게 된다.

중추신경이 마비되는 이런 현상이 IMF사태 때 한시적인 것으로 끝났어야 하는데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일반화된 것이다. 이 세대는 자영업자, 그것도 생계형자영업자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노후를 준비하기는커녕 당장의 생활도 걱정해야할 형편에 처한 사람이 대다수다.

 

한편 은퇴를 앞둔 이들은 공포에 질려있다한국 경제의 중추세력이었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 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 취업자 532만 명 중 급여소득자 320만 명이 2010년부터 은퇴를 하기 시작했으며 2018년까지 매년 30~40만 명이 은퇴했다.

현재 한국 남녀의 평균 기대수명은 100세로 급증했다. 55세를 기준으로 은퇴하면 35년을 더 산다는 얘기다. 시나브로 장수 리스크가 바짝 우리 사회에 다가온 것이다. 그만큼 은퇴 준비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하지만 현실은 캄캄하기만 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가 노후를 위해 준비한 은퇴 금융자산은 개인연금 155조원, 퇴직연금 45조원을 합쳐 200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개인 금융자산이 2,120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은퇴자산의 비중은 10%에 불과한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노후준비에 취약한데에는 퇴직금 중간정산제도나 퇴직연금에 대한 불합리한 세금제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물론 본인은 노모를 봉양하는 유교세대이고 정착 자신이 늙어서는 봉양을 받기 어려운 시대변화의 과도기의 세대로 죽어라 일해서 오직 우리가족, 부모형제를 뒷바라지 하느라고 정작 자신의 노후는 준비하지 못한 채 죽기직전까지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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