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산업분야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세계 최대의 아이티 기업을 이끌고 있는 손정의 회장과 그의 회사의 움직임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보도에 의하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30년 내에 인공지능이 인류의 지능을 초월하는 싱귤래리티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하고,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데 목표는 인공지능과 로봇 비즈니스 생태계를 선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모바일 이동통신 회사가 아닌, 정보혁명회사”라고 밝히고, “오는 30년 동안 5,000개 회사와 제휴를 맺고, 소프트뱅크의 가치를 200조엔(약 2,000조원)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강조하면서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도 플랫폼을 선점한 업체가 생태계를 이끈다.”고 예견했다. 2014년 말 세계 최초로 출시한 감정 로봇 ‘페퍼’를 제조비용보다 낮게 판매한 것도 로봇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2013년 프랑스 휴머노이드 개발업체 알데바란 로보틱스를 인수해 직원 500명에 달하는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를 설립하고 페퍼를 개발했다. 페퍼는 에이아이와 로봇, 사물인터넷를 인간의 생활 속으로 가져오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현재 일본에서 5,000대 이상 팔렸다. 이들은 영업·판매용, 금융 컨설팅용, 이동통신업체 지점서비스용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페퍼는 아이비엠의 에아아이 시스템인 ‘왓슨’을 탑재해 스스로 학습 능력과 데이터를 발전시키는데 앞으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활약할 전망이다.
또한 이 회사는 2016년 320억달러(약 36조원)를 들여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에이알엠을 인수했다. 36조원은 일본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사례 중 사상 최대 금액이다. 2017년 6월에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으로부터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일본 로봇 기업 ‘샤프트’도 인수했는데 “스마트 로봇공학이 차세대 정보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소프트뱅크가 에이알엠을 손에 넣은 것은 인공지능·사물인터넷을 비롯한 미래 싱귤래리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에이알엠의 반도체 설계 기술은 스마트폰, 태블릿 피씨 등 모바일 기기는 물론 티브이, 자동차, 서버에 탑재된다. 최근에는 에이알엠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기존 모바일 칩보다 성능을 50배가량 끌어올린 ‘다이내믹’ 기술을 공개했는데 이 다이내믹 기술이 상용화되면 슈퍼컴퓨터가 수행했던 초고속 연산과 머신러닝 등을 스마트폰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위와 같이 직접 로봇·반도체 관련 업체를 인수·합병했을 뿐 만 아니라 펀드를 조성해 인공지능과 로봇,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분야 벤처에 투자하고 있는데 지난 5월 이를 위해 1,000억달러(약 110조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설립해 운용하고 있다.
손 회장은 그의 ‘연어부화이론’에 따라 이와 같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어부화이론’이란 한 번에 2,000~3,000개의 알을 낳는 연어이지만 수많은 알 가운데 강하게 생존하는 것은 소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기업도 ‘살아남는 연어’를 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필드는 끝없이 넓어지고, 살아남는 연어를 찾는 작업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소프트뱅크에 매각된 ‘보스톤 다이내믹스’가 어떤 회사였는지 알아보자. ‘보스톤 다이내믹스’는 구글이 소유한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 로봇 기업이었다. 미 국방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엠아이티 연구진이 설립한 이 회사는 2013년 구글에 인수되었으며, 구글은 이후 6개의 로봇 기업을 추가로 인수한 다음 ‘레플리컨트 프로젝트’를 런칭하고 안드로이드 개발자인 앤디 루빈에게 연구 책임을 맡겼다. 그러나 2014년 앤디 루빈이 구글을 떠난 후 후임자를 정하지 못하는 가운데 내부불화설, 도요타에 매각설 등이 흘러 나왔는데 결국 소프트뱅크가 인수하게 된 것이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보스톤 다이내믹스’가 개발 중인 2족 및 4족 보행 로봇 프로젝트가 멋지기는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멀었고 수익성이나 실용성은 없어 보여 개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각회사에는 구글이 2013년에 인수한 기업 ‘샤프트’도 포함시켰는데, ‘샤프트’는 도쿄대 제이에스케이 로보틱스 연구팀이 설립한 기업으로 2013년 미 고등방위연구계획국이 주최한 세계재난로봇대회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경력이 있는 회사이다. ‘샤프트’는 모래밭은 물론 해변 자갈밭, 눈길, 비탈, 계단 등 인간도 걷기 쉽지 않은 험난한 지형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걸을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2족 로봇을 개발하여 선보인 바 있다.
손 회장은 2010년 ‘소프트뱅크의 새로운 30년 비전’을 발표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꿈을 처음 제시했다. 당시 “과연 300년 전 사람들은 휴대전화, 인터넷, 비행기는 물론이고 인간의 평균수명이 70세로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3백년 뒤 미래에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비해 소프트뱅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뇌를 비웃게 될 날도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봤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인류에게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데 소프트뱅크가 기여해야 한다는 비전을 세운 것이다. 이런 비전은 일본정부의 계획과 맥을 같이한다. 일본정부는 2035년까지 로봇산업의 시장규모를 100조 원까지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첨단산업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가오는 미래사회는 인공지능사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우리는 손정의 회장과 그의 회사의 움직임을 통해서 미래사회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는 ‘소프트뱅크 월드 2017’ 콘퍼런스에서 사물인터넷을 미래의 주역이라고 생각한다. 사물인터넷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인공지능의 진화다. 사물인터넷 시대에 인류와 공존하는 것은 인공지능을 대비한 스마트로봇이다.'라고 했다. 인류와 로봇이 공존하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세계를 여는 키워드로 이 세 가지를 꼽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