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마음대로 하지 마시고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유경철의 자기경영](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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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마음대로 하지 마시고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유경철의 자기경영](36)
  • 뉴스앤잡
  • 승인 2022.0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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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 편향을 가진 사람과 일하는 법

Q. 대화를 싫어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선배는 업무를 할때 전체 메일로 의견을 달라고 하지만, 내용이 중언부언한 탓에 피드백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만 이해하지 못한 건가 싶었는데, 다른 동료도 같은 생각인 걸 알았습니다. 선배 입장에서는 피드백이 없으니 이견이 없다고 생각하고 혼자 일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막상 진행하다 보면 일이 잘못 흘러갈 때가 많아 어렵사리 피드백을 전달하면 오히려 상처를 주고 힘들게 합니다. 결국 모두가 선배와의 소통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선배는 자신을 설득하려 하지 말라고 합니다. 경험이 많으니까 알아서 잘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되는 경우가 많은데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조직원이고, 함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 연구>

“선배님, 지난번 주신 메일에 대해서 피드백을 드리고 싶은데요.

메일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프로그램 기획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메일에 자세하게 설명했잖아. 다른 의견이 없어서 이미 진행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저와 의견이 같아서 제가 대표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의뢰받은 내용과 선배님의 기획은 방향성이 조금 다른 것 같아서요. 젊은 직원들은 그런 콘셉트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전체 회의 시간에 그 주제로 논의를 했으면 합니다.”

“내가 이 분야 업무만 15년째야. 나보다 경험 많은 사람 여기 있어?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 말 없다가 이제 와서 다시 의논하자고? 그럴 필요가 있을까?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경험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게 일처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위 사례의 선배 같은 경향을 가진 사람들을 인지 편향 가운데 확증 편향이 있다고 표현합니다. 사례에서 선배는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나 의견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해 버립니다. 자신의 믿음을 확증하기 위해 왜곡된 인지를 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 든다면 그것이 옳은 것이다”라는 신념이 이미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의견을 달라는 업무 메일에도 “나는 이런 일을 시작할 것이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알고나 있어라”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는 셈이죠.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과 일을 할 때는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상대의 믿음이 틀렸음을 증명하기보다는 그의 주장과 다르게 일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관련 자료나 레퍼런스 등을 통해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납득시키지 않는 한, 단순한 의견 제시나 피드백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요.

사회적으로도 이런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종교적 신념을 이야기할 때 확증 편향이 심해지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믿음이 무너지거나 없어지지 않는 한, 변화를 주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연구에 의하면 인지 편향은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적용됩니다.

1. 편향 맹점 : 자신이 편향적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딱 맞는 사례입니다.

2. 선택적 지각 :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받아들여 성급히 판단하는 인지 편향입니다. 간단히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을 흔히 ‘답정너’라고 부릅니다. 답을 정해 놓고 질문을 하거나 회의를 하고, 자신이 생각한 답으로 결정될 때까지 회의를 끝내지 않습니다.

3. 통제력 착각 : 현실적으로 권한이 없는데도 자신이 그것을 통제하거나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런 착각을 하는 사람들은 ‘내 말 한마디면 사람들 생각이 달라지겠지’라고 생각합니다.

4. 단순 노출 효과 : 자주 만나거나 반복적으로 보게 되면서 친숙도가 높아지면 상대방에게 더 큰 호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입니다. TV 프로그램이나 광고에 어떤 배우가 계속 나오면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배우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5. 틀 효과 : “넌 왜 항상 그 모양이니”라는 평가를 반복하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결국 틀 안에서만 평가받게 됩니다. 이처럼 의사 전달을 어떤 종류의 틀로 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판단이나 생각의 양상이 달라지는 인지 왜곡 현상입니다.

6. 면접 착각 : 면접을 통해 실제 파악한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습득했다고 믿는 현상입니다. 실제 면접에서 보여진 것은 작은 부분에 불과한데, 그 사람에 대해서 실제보다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7. 과도한 자신감 : 어떤 이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쳐서 오히려 더 위험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특히 전문가들이 이 오류에 자주 빠지곤 합니다.

다른 사람이 가진 인지 편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상대방에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입니다.

바쁜 사람들을 위한 요약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나 의견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해 버리는 것입니다. 확증 편향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철저하게 근거에 의거하여 논리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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